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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집회 세종캠 학생 참여 논란에 대해

OTL밍키 2019. 10. 2. 11:01

  대한민국에서 분교가 있는 모든 대학교에는 본분교 갈등이 존재한다. 소위 '학벌 카스트'의 최상층부터 최하층까지, 본분교가 나뉘어져 있다면 그 학교의 '이름값'을 가리지 않는다. 뿌리 깊은 학벌 계급사회가 만든 이 갈등은 해결은 커녕 대안조차 찾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분교 구분 없이, 학교 구성원으로서 함께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학교와 재단 운영과 관련된 사안이다. 본분교는 재단 공통의 비전과 가치관 아래에서 만들고 운영한다. 서로 다른 형태의 시스템일지라도, 같은 이름을 걸고 있는 이상 그 근본에 존재하는 가치관과 운영원칙은 같다. 때문에 본교와 분교 중 어느 한쪽에서 부조리가 발생했다면, 다른 쪽에서도 비슷한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기치 아래 세워지고 굴러가기 때문이다.

  류석춘 건을 먼저 예로 들면 이렇다. 류 씨는 연세 공동체에 소속된 교수이다. 류 씨를 고용한 이유는 연세의 가치관이 그가 자격이 된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며, 류 씨의 행적에 대한 평가와 징계 또한 연세의 가치관 아래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류 씨 임용 당시의 가치관은 미래캠 교수임용에 깔린 그것과 같으며, 류 씨의 향후 처우는 미래캠에서 같은 일이 발생했을 경우의 선례가 된다. 학교를 운영하는 기준과 가치관이 같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래캠 학생들은 신촌캠 학생들만큼이나 이 사건에 공분을 표하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국집회 건 또한 마찬가지다. 부정입학 논란이 사실이건 아니건, 일단 결국 고려대 안안캠 입학처는 조 장관의 딸이 민족고대의 가치관에 어울린다고 결론지었다. 고려의 이름을 걸고 있는 한, 세종캠의 가치관은 수능성적과 입결에 관계 없이 안암캠과 같다. 조 장관 딸의 입학이 조 장관과 안암캠의 부정 때문으로 밝혀진다면 같은 가치관과 기준을 공유하는 세종캠 또한 함께 개혁함이 맞다. 때문에 '연세대' 교수 류 씨 일에 '연세대' 미래캠이 관여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고려대' 세종캠도 '고려대' 안암캠 입학처에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

  고려대 집회에서 세종캠 학생들을 배척하는 것은 집회의 명분을 스스로 죽이는 것과 다름 없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라는 구호는 안암캠 입학처가 아니라, 입학처가 그런 판단을 내리게 만든 재단 수뇌부에, 그리고 '고려 공동체' 전체에 외쳐야 한다. 하지만 집회에 참여한 일부 안암캠 학생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들이 세종캠 학생들을 내친다면, 그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며, 불의로 가득 찬 집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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