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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개그콘서트가 노잼인 이유

OTL밍키 2019. 6. 24. 18:04

선 요약

 

1. 무대가 굳어있음

2. 때문에 접수가 밋밋함

3. 게다가 템포도 느림

 

같은 공개 코미디인 코빅이랑 주로 비교를 하게 될 것 같다.

코빅은 지금 잘나가는 편이니까 비교대상으로 적당할 거임.

 

1. 무대가 굳어있음

 

개콘을 보면 무대 자체가 딱딱하게 굳어있다.

아이디어가 정형화되었다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대본대로만 진행된다는 것.

신인들이 많아서 그렇다기엔 원시고대개그맨인 김대희도 그러고 있다.

 

[개그콘서트 - 알래카메라]

이건 내가 그나마 재밌었다고 생각한 '알래카메라'라는 코너이다.

보면 알겠지만 모두 자기 역할만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

 

[ 코미디빅리그 - 왕자의 게임]

 

반면 코빅에서는 병풍들은 물론 메인 출연진까지도 뒤에서 낄낄대고 있는데다

애드립으로 판을 뒤엎어버리기까지 한다.

코너에 따라서 애드립이 반 이상 먹고 가는 코너도 있다.

애드립 일절 없이 정해진대로만 따라가는 개콘이랑은 대비된다.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 틀에 박힌 무대는 결국 노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봉선, 유민상, 강유미, 김준호 등 밖에선 나름대로 재밌게 굴리는 애들이

유독 개콘에만 오면 재미가 확 죽어버리는 이유다.

 

코빅에 나오는 애들도 재미 없는 애들을 보면 굳어 있는 애들이다.

신인이라 굳어있는 것도 많지만, 유독 KBS 출신들이 그렇다.

다들 놀자판인데 정극연기를 하고 있는 셈.

때문에 개콘과 코빅에서 똑같은 캐릭터, 대사, 상황이 나와도

코빅은 그냥 그렇게 웃기는데

개콘은 억텐으로 밀어붙여서 유치해보이기까지 한다.

 

다른 문제들도 그 근본은 이렇게 굳어버린 무대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2. 접수가 밋밋하다.

 

개그는 옆에서 병신짓을 하면 그걸 받아주는, 접수하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

개콘은 그 받아주는 역이 굉장히 밋밋하다.

그나마 잘 받아주는 편인 유민상조차도 애매하다.

 

받아줄 때 대부분 핵정색하고 받는데,

오히려 '여기선 웃어야 하는 장면 아닌가?' 싶어진다.

때문에 웃긴 장면조차도 억텐으로 보이게 되고,

똑같은 장면도 자기들도 어이 없어서 피식피식 해가면서 받는 코빅이 더 웃겨보인다.

 

실제로 최국이 별을 쏘다를 준비할 당시,

MC 역을 하면서 정색했더니 PD가 접으라고 했는데

관객들이랑 같이 웃었더니 똑같은 내용인데도 이건 왜 웃기지 하면서 웃었다고 한다.

 

개콘도 어느 정도 대본 외의 상황을 인정하고 좀 더 자유롭게 접수하도록 하면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3. 템포가 느리다.

 

개콘은 코빅에 비하면 말도 느리고, 대사가 넘어가는 타이밍도 느리다.

개그는 기본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터져야 웃음도 터진다.

웃음이 한 번 터졌을 때 생각할 틈을 주지 말고 계속 몰아치면 개소리에도 웃게 된다.

근데 개콘은 시청자가 다음을 예상할 수 있게 시간을 너무 많이 준다.

 

[ 개그콘서트 - 봉시리 ]

 

너무 노잼이라고 생각했던 '봉시리'라는 코너다.

보면 신봉선이 병신짓을 하고 다음 병신짓까지 텀이 너무 길다.

대사도 한 템포 늦다.

 

반면 코빅이나 다른 예능들은 한 번 터졌을 때 레이드 하듯 온갖 드립들을 몰아친다.

 

[ 코미디빅리그 - 가족 오락가락관 ]

 

[ 코미디빅리그 - 선수는 선수다 ]

 

코빅 코너들을 보면 서로 대사치는 속소도, 랠리하는 것도 개콘보다 훨씬 빠르다.

 

봉시리랑 비슷한 컨셉인 양세봇도, 자체 말은 느리지만 컨셉이고,

대사/행동 하나하나가 임팩트가 있어서 시청자가 생각할 시간을 안 준다.

다소 늘어질 수 있는 부분은 MC역할을 맡은 최성민과 이용진/양세찬이 메꿔준다.

꿋꿋하게 자기 대사만 이어가는 봉시리와는 다르다.

 

선수는 선수다에서 문세윤은 황제성한테 쉴 새 없이 몰아친다.

황제성도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받아친다.

와중에 애드립까지 섞는 건 덤이다.

 

개콘도 느리기만 한 건 아니다. 개콘도 전성기 시절엔 템포가 빨랐다.

 

[ 개그콘서트 - 생활사투리 ]

 

개콘이 재미 없는 건 시대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개콘탓이란 걸 알게 해준 1000회 특집이다.

보면 박준형/정종철 둘 다 계속 웃고 있다. 왼쪽 둘은 컨셉정색이라 웃지 않는 게 웃음 포인트.

박준형이 MC역할로 진행을 하는데, 관객들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A라는 주제를 던지고 바로 전라도로, 그 다음 경상도에선 어떨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경상도로 넘어간다.

봉시리따위보다 훨씬 템포가 빠르다.

특집이라 그렇다구?

 

[ 개그콘서트 - 생활사투리 ]

 

16년 전 방송이다. 박준형 정종철은 자유롭게 웃으면서 진행한다.

정종철이 터져서 대사가 안 나오는 상정 외 상황, 그에 따른 박준형의 애드립 등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운 모습이 돋보인다.

속사포 같이 빠른 진행까지 지금 코너들보다 훨씬 낫다.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대본대로만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해서 무대가 굳어져버렸고

그 때문에 개그가 제한되어 웃음포인트는 유치억텐, 접수는 정색으로 변질되었으며

결국 꽁트가 늘어지면서 관객들이 '예측 가능'한, 웃기지 않은 개그가 되었다.

 

코빅까지 볼 것도 없이 과거 작품들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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